박경옥 화가. 사진=원윤희
마음의 정원(庭園)-HEART GARDEN. 사진=원윤희

박경옥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23일까지 프리퍼 갤러리(Prefer gallery, 평택시 지산로 140번길 243. 지하1층) 카페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마음의 정원’이란 타이틀에 알맞게 내면의 세계를 묵직하고 담백하면서 질서있게, 때로는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어 작가의 의도를 아낌없이 투영하고 있다.

 

박경옥 작가는 끊임없는 실험으로 캔버스 화면에 싹을 틔우고 있다. 자유로운 주관적 순수성 위의 격렬한 색채와 마티에르(matiere, 미적 또는 표현적 수단으로서의 재료나 물질)는 풍부함 속에 절제된 조화로움을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붓질에 의한 추상적 표현 행위보다는 나이프와 롤러(roller)란 도구의 도입과 사용으로 물감과 협업하는 것이다. 칠한다는 기존 회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던져 버리고 있다.

작가의 자유로움을 기반한 반복적 행위에는 절제된 면분활로 긴장감을 주고, 화면에 나타난 둔탁함과 거침 속의 잔잔한 기술적 물성은 비구상적인 형태와 단색화로 추상회화의 본질을 다시금 해석하고 있다.

오는 23일까지 프리퍼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작품은 과거와는 다른 형식인 ‘BLue Orange 23031’이란 주제로 색상에 시간적 숫자를 기록한 근작들이다.

작품들은 현실적인 대상의 모습이 아니라 내면적인 정서나 감정을 두꺼운 물감으로 물성을 품어내고 있다. 지속적 탐구로 인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앞으로 추구해야 할 독특한 작품세계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연작은 캔버스 위에 발린 물감을 롤러의 크기와 행위의 힘, 반복적인 횟수를 조절하는 기법의 작업이다. 캔버스 앞면에는 식물의 싹이 틀 때 크고 작은 싹이 땅에서 솟아오르듯 화면에 둥근 돌기들이 살포시 솟아나고 감추어진다.

이러한 표현에 대해 작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변화처럼 사람에 의한 인위적 해석이 아닌, 자연의 섭리 때문에 만들어지고 변화해 나가는 세상의 이치에 순응하며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박경옥 작가는 “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봄이 오면, 봄보다 아름다운 꽃씨를 뿌린다. 그 씨앗이 싹이 돋아 꽃피우기를 날마다 기다리면서, 꽃이 가져다 줄 색과 형태, 향기를 기다렸고 기다림 속에 만나는구나”라고 밝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싹 잎의 크기가 달라지듯 반복된 롤러 밀기의 중첩은 물감의 물성에 밀도를 높인다. 조절 때문에 생성된 물감이 화면에 돋아나 있는 모습은 마치 작가가 비유한 아름다운 꽃씨로부터 돋아난 새싹처럼 보인다.

미술적 재료를 찾고 여기에 본인만의 독특한 조형적 언어를 입히려고 노력한 작가의 집약적 노동을 떠올리면, 캔버스 표면 위의 숱한 물감 조각들이 땀의 결정체로 다섯 색깔의 아름다운 꽃과 향기, 그리고 사랑의 여운이 빛나는 보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묵묵한 기다림 속에서 캔버스에 올려진 물감은 집약적 노동으로 물성이 그의 작품에 녹아있고, 멈추지 않는 실험작은 어느 날 녹음(綠陰)으로 와 닿는다.

박경옥 작가는 영남대학교 조형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서울을 비롯해 평택, 대구, 프랑스 등에서 개인전(10회)과 단체전, 초대전에 다수 참가했다. 현재 평택미술협회, 한국미술협회, 평택여류작가회, 대구현대미술가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시문의 : 010-2476-1136

저녁뜸
-BLUE ORANGE NO.23031에 부쳐-

해풍이 조금씩 잦아들자,
철썩이며 모래톱에 달려와 쓰러져 뒹굴던 푸른 파도도
놀이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먼바다 하늘이,
엷은 홑봉숭아 꽃색으로 물들어 가더니
주홍빛 노을이 오늘을 불사르며 타올랐다.
내 마음의 수평선도 함께 타올랐다.
이윽고 노을이 바다로 내려앉자,
점점 잦아들던 바람도 잠시 날개를 내리고 가만히 맞이 하였다.
고요한 밤이 오는 것이다.
고요한 밤이 소리도 없이 오는 것이다.
저녁뜸에

-박경옥-